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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프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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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프리즈(영어: Big Freeze)는 우주의 종말에 관한 가설 중 하나이다. 이 시나리오는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함에 따라 엔트로피가 최댓값에 도달하고, 모든 거시적인 움직임이 멈추며 온도가 절대 영도에 무한히 가까워지는 상태를 예측한다. 빅 프리즈라는 명칭은 우주가 점차 차갑고 어두워지며 얼어붙는 듯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개요

빅 프리즈 시나리오는 열역학 제2법칙에 근거를 둔다. 이 법칙에 따르면, 고립된 계의 총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지 않고 증가하거나 일정하게 유지된다. 우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고립계로 본다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계속해서 증가하여 결국에는 열적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에너지가 균일하게 분포하여 더 이상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 구배가 존재하지 않게 되며, 모든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활동이 멈추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열죽음이다.

이 가설은 현재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 결과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받는다. 우주 팽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암흑 에너지가 우주 상수로 작용한다면(w=1), 팽창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이는 빅 프리즈 시나리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우주론적 배경

우주의 운명은 우주의 전체 밀도, 팽창 속도, 그리고 암흑 에너지의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표준 우주 모형인 ΛCDM 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 그리고 일반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의 약 70%를 차지하며,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원인으로 여겨진다.

암흑 에너지의 상태 방정식을 나타내는 매개변수 w는 압력 p와 에너지 밀도 ρ의 비율(w=p/ρ)로 정의된다.

  • 만약 w<1이면, 우주는 빅 립으로 종말을 맞이한다.
  • 만약 w=1이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 상수와 같으며, 우주는 영원히 가속 팽창하여 빅 프리즈에 도달한다.
  • 만약 w>1이면, 가속 팽창의 정도가 약해져 다른 종말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현재까지의 관측 결과는 w가 -1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시사하며[1], 이는 빅 프리즈가 가장 유력한 우주의 미래임을 나타낸다.

미래의 연대기

빅 프리즈 시나리오에 따른 우주의 미래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2]

항성 시대의 종말 (약 10¹⁴ 년 후)

현재로부터 약 1조 년이 지나면, 은하 내의 성간 가스가 모두 소진되어 더 이상 새로운 별이 탄생하지 않게 된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은 수명을 다하고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과 같은 축퇴된 천체로 남게 된다. 이 시기를 축퇴 시대라고 부른다. 우주는 점차 어두워지고, 은하들은 서로에게서 멀어져 관측 가능한 우주 밖으로 사라진다.

축퇴 시대 (10¹⁴ 년 ~ 10⁴⁰ 년)

이 시대의 우주는 별의 잔해들이 지배한다. 행성계는 궤도를 이탈하거나 중심 별에 흡수된다. 은하 역시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로 서서히 끌려들어 간다. 이 기간 동안, 양성자 붕괴가 일어난다면(일부 대통일 이론에서 예측), 백색왜성과 같은 축퇴된 천체들도 서서히 증발하여 소멸할 것이다. 양성자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양자 터널링 효과를 통해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철 별로 변환될 수 있다.

블랙홀 시대 (10⁴⁰ 년 ~ 10¹⁰⁰ 년)

양성자 붕괴나 다른 과정을 통해 모든 천체가 사라지고 나면, 우주에는 오직 블랙홀만이 남게 된다. 그러나 블랙홀 역시 영원하지 않다. 스티븐 호킹이 예측한 호킹 복사에 의해 블랙홀은 매우 서서히 질량을 잃고 증발한다. 항성 질량 블랙홀은 약 10⁶⁷ 년에 걸쳐 증발하며,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은 약 10¹⁰⁰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암흑 시대 (10¹⁰⁰ 년 이후)

마지막 블랙홀마저 증발하고 나면, 우주는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때 우주에는 극도로 파장이 길어진 광자, 중성미자, 그리고 소수의 전자양전자만이 드문드문 떠다닐 뿐이다. 모든 활동이 멈추고 온도는 절대 영도에 무한히 가까워지며, 엔트로피는 최댓값에 도달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최종 상태인 열죽음이다. 이 상태는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설과의 관계

  • 빅 크런치: 우주의 밀도가 임계 밀도보다 높아 중력이 팽창을 이기고 우주가 다시 수축하여 하나의 특이점으로 붕괴한다는 가설이다. 현재의 가속 팽창 관측과는 맞지 않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 빅 립: 암흑 에너지의 밀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여(w<1), 팽창률이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팽창의 힘이 모든 구조(은하, 별, 행성, 심지어 원자까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게 된다.

현재까지의 관측 증거는 빅 프리즈 시나리오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1998년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한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3][4]

같이 보기

각주

  1. Hinshaw, G.; Larson, D.; Komatsu, E. 외 (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WMAP) Collaboration) (2013). “Nine-Year 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WMAP) Observations: Cosmological Parameter Results”. 《The Astrophysical Journal Supplement Series》 208 (2): 19. arXiv:1212.5226. Bibcode:2013ApJS..208...19H. doi:10.1088/0067-0049/208/2/19. 
  2. Adams, Fred C.; Laughlin, Gregory (1997). “A dying universe: the long-term fate and evolution of astrophysical objects”. 《Reviews of Modern Physics》 69 (2): 337–372. arXiv:astro-ph/9701131. Bibcode:1997RvMP...69..337A. doi:10.1103/RevModPhys.69.337. 
  3. Riess, A. G. et al. (Supernova Search Team) (1998). “Observational Evidence from Supernovae for an Accelerating Universe and a Cosmological Constant”. 《The Astronomical Journal》 116 (3): 1009–1038. arXiv:astro-ph/9805201. Bibcode:1998AJ....116.1009R. doi:10.1086/300499. 
  4. Perlmutter, S. et al. (The Supernova Cosmology Project) (1999). “Measurements of Omega and Lambda from 42 High-Redshift Supernovae”. 《The Astrophysical Journal》 517 (2): 565–586. arXiv:astro-ph/9812133. Bibcode:1999ApJ...517..565P. doi:10.1086/307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