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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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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증(作爲症, 영어: Confabulation)은 임상 신경심리학 및 정신의학 분야에서 환자가 자신의 기억 결손을 메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조작된 기억을 생성하고, 이를 확고한 진실로 믿으며 진술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현상은 고의적으로 타인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직한 거짓말이라는 역설적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1] 작위증 환자는 단순히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을 사실로 확신하거나 서로 다른 시공간의 기억을 임의로 결합하여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긍정적 기억 오류의 양상을 보인다.

역사적 전개와 학술적 정의

작위증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정신과 의사인 세르게이 코르사코프가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억 상실과 기괴한 허구 진술의 연관성을 체계화하면서 시작되었다.[2] 그는 환자들이 방금 전의 대화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과거의 파편화된 기억을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재구성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이후 20세기 초 칼 보네퍼는 이를 임상적 특징에 따라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하였고, 현대에 이르러 게르만 베리오스는 작위증을 단순한 기억의 보충이 아닌 전두엽의 실행 기능 장애와 연관된 고차원적 인지 오류로 재정의하였다.

분류 체계와 세부 특성

신경심리학자 코펠만은 작위증을 유발된 작위증과 자발적 작위증으로 엄격히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유발된 작위증은 기억력이 저하된 환자가 특정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압박을 느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는 정상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오기억의 심화된 형태로 간주된다.[3] 반면 자발적 작위증은 외부의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환자가 끊임없이 허구의 일화를 쏟아내는 경우를 말하며 이는 뇌의 심각한 기질적 손상을 시사한다. 슈나이더는 자발적 작위증 환자들이 현재의 시간적 맥락과 무관한 과거의 기억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를 시간적 맥락 파악 능력의 결여로 해석하였다.[4]

신경해부학적 기전

작위증은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의 기능 저하보다는 인출된 정보를 검증하고 억제하는 전두엽의 기능 부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복내측 전두엽과 안와전두피질은 기억의 사실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재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여과하는 역할을 수행한다.[5] 이 부위에 손상이 발생하면 뇌는 인출된 기억 파편들 사이의 모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또한 기저전뇌의 손상은 기억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파괴하여 수년 전의 기억을 오늘 아침의 사건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심각한 작위증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으로 작용한다.

임상적 관련 질환 및 사례

작위증은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발현될 수 있으며 그 증상 또한 다채롭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비타민 B1 결핍으로 인한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며, 이 환자들은 전형적으로 중증 건망증과 자발적 작위증을 동시에 나타낸다.[6] 또한 전교통동맥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은 전두엽 기저부와 연결된 신경망을 파괴하여 급성 작위증을 일으킨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전두측엽 치매 환자의 경우 병이 진행됨에 따라 가족의 신원을 착각하거나 과거의 직업 활동을 현재 수행 중이라고 믿는 복합적인 작위증을 보이기도 한다. 특이한 형태인 안톤 증후군에서는 후두엽 손상으로 시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시각적 작위증을 통해 주변을 묘사하며 자신이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질병 부인 현상이 나타난다.

법의학적 쟁점 및 사회적 책임

법률적 관점에서 작위증은 증언의 증거 능력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작위증 성향을 가진 목격자나 피의자는 수사관의 유도 심문이나 반복적인 암시에 의해 존재하지 않는 범죄 사실을 상세하게 꾸며낼 수 있으며, 이는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구드욘슨은 이러한 피암시성이 작위증과 결합할 때 발생하는 허위 자백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법 절차에서 전문가의 인지 감정이 필수적임을 역설하였다.[7] 사회적으로는 환자의 보호자들이 작위증을 악의적인 거짓말로 오해하여 정서적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기질적인 뇌 장애로 인식하고 수용적인 태도로 현실을 반복 안내하는 돌봄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치료 및 중재 전략

작위증을 직접적으로 소거하는 약물 치료법은 현재 확립되어 있지 않으나 근본 원인 질환에 따른 개별적 접근이 이루어진다.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의 경우 초기 고용량 티아민 투여를 통해 증상 악화를 방지하며, 외상성 뇌 손상 환자에게는 신경 자극제나 인지 기능 개선제가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약물적 중재로는 현실 지남력 훈련과 일기 쓰기, 기억 보조 도구 활용이 권장되는데, 이는 환자가 자신의 진술과 실제 객관적 사실 사이의 괴리를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허구적 진술을 직접적으로 부정하여 분노를 유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주제를 전환하거나 안정을 유도하는 환경적 관리 기법의 도입이다.

각주

  1. Moscovitch, M. (1995). "Confabulation". In Schacter, D. L. (ed.). Memory Distor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2. Korsakoff, S.S. (1889). "Etude médico-psychologique sur une forme particulière des maladies mémoire". Revue Philosophique.
  3. Kopelman, M. D. (1987). "Two types of confabulation".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4. Schnider, A. (2003). "Spontaneous confabulation and the adaptation of thought to ongoing reality". Nature Reviews Neuroscience.
  5. Gilboa, A., et al. (2006). "Mechanisms of spontaneous confabulations: a strategic retrieval account". Brain.
  6. Sadock, B. J., et al. (2017). Kaplan &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Wolters Kluwer.
  7. Gudjonsson, G. H. (2003). The Psychology of Interrogations and Confessions: A Handbook. W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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