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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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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면책(sovereign immunity) 또는 크라운 면책(crown immunity)이란, 주권자국가가 법적으로 위법을 범할 수 없으며, (현대 문헌에서 엄밀히 말하면) 자국 법원에서 민사소송 혹은 형사기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원칙이다. 국가면책(state immunity)은 이와 유사하되 더 강한 법리로서, 외국 법원에서의 소송에 적용된다.

역사

주권면책은 고전적인 주권 개념에 기초한 국가면책의 원형이다. 주권자는 본인의 승인 없이 다른 권력의 관할권에 복속될 수 없다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입헌군주국에서, 법원을 설치하는 권한의 역사적 기원은 군주에게 있었다. 따라서 법원은 군주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이기에 그 법원이 군주를 구속하도록 강제할 권한이란 성립하지 못하였다. 군주가 본래 자신의 신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원을 창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흔히 "rex non potest peccare"라는 대중적인 법언에 의하여 표현되었는데, 이는 "왕은 잘못을 범할 수 없다"는 뜻이다.[1]

형식

주권면책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 소송면책(immunity from suit, 관할·재판면책이라고도 함)
  • 집행면책(immunity from enforcement)

소송면책이란, 주권자·국가원수가 직접 당사자가 되는 경우 뿐 아니라 부재중(in absentia) 또는 대표를 통한 형태에서(그리고 더 제한적으로는 국가 자체마저) 피고가 되거나 법원 절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중재판정이나 각종 재판기관(tribunal)의 판정에 따른 손해배상 등, 이에 준하는 여러 절차에도 적용된다.

집행면책이란, 개인이 주권자·정부에 어떤 식으로든 승소하더라도 그 판결을 강제로 집행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권력분립 또는 자연적 정의와, 전체주의 아닌 정치적 조건의 결합은, 국가를 명시적으로 구속하는 법률(대표적으로 헌제성 법률) 및 사법심사와 같이 면책에 대한 폭넓은 예외가 존재해야 함을 지시한다.

포기

국가 기관의 주권면책은 포기(waive)될 수 있다. 국가 기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면책을 포기할 수 있다.

  • 사전에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
  • 면책을 주장하지 않은 채 소송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 소송에서 피고로서 관할권에 응하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
  • (면책을 주장할 목적 이외의) 소송에 참가하거나 소송과 관련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탄핵

재임 중이거나 퇴임한 군주 또는 국가원수에게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더라도, 재임 중인 왕을 위헌을 근거로 정치적으로 탄핵할 수 있다. 하지만 왕이나 국가원수가 탄핵을 당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가 재임 중에 벌였던 행위에 대해서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을 걸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왕 혹은 국가원수는 정치적 책임을 지지만, 법적 책임은 일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그가 주권자의 자리에 있을 때 했던 행동을 그가 퇴위한 후에 소급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일 뿐, 권좌에서 물러난 후 일반인 신분에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면 당연히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똑같이 감당해야 한다.

미국

주정부의 주지사와 연방정부의 대통령은 주권을 가졌기 때문에, 피차 왕의 면책특권을 갖는다. 한국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검찰이 지방정부의 도지사가 뇌물을 받았다며 재임중에도 함부로 체포, 구속, 기소하기도 하지만, 미국은 대통령과 주지사가 상호간에 왕의 면책특권을 가져 형사상 소추가 금지된다. 무오류성에 기초하기 때문에, 당연히 재임 중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형사상 소추할 수 없다.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주권면제가 현재는 완전히 폐기된 법원칙이라고 주장한다. 예전엔 신성한 군주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의미였고, 오늘날에는 신성한 군주가 아니라 선출된 대통령이라서, 대통령과 군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티븐스 대법관의 견해처럼 미국 헌법에서 주권면제 법리가 부정되더라도, 놀리 프로시콰이(기소전 특별사면권)가 인정되어,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에게 놀리 프로시콰이(기소전 특별사면권)를 발급하고 퇴임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84조).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재직중에도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내사와 수사는 가능하며, 퇴임 이후에는 재직중의 범죄에 대해 기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이 보기

각주

  1. Broom, Herbert (1845년 3월 25일). “A Selection of Legal Maxims, Classified and Illustrated”. T. & J.W. Johnson – Google Books 경유.